서해수호의 날이 주는 ‘보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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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수호의 날이 주는 ‘보훈의 가치’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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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보훈지청장 김장훈
 

가끔 서해의 석양을 보러 갈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보훈공무원으로서의 직업병이라고 할까? 이 석양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제2연평해전, 천안함, 연평도의 우리 용사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면서 내가 그들과 유족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가와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희생을 ‘보훈의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의 머릿속에 계속 머물렀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해수호의 날은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서해수호의 날은 삼일절처럼 특정일로 지정된 기념일이 아니라 매년 3월 넷째주 금요일로 지정된 기념일이며, 그에 따라 올해는 3월 23일이 서해수호의 날이 된다.

서해는 지정학적인 이유, 정치적‧경제적 이유 등 때문에 우리나라, 북한, 중국과의 충돌 위험성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북한과는 NLL과 같은 정치적‧군사적인 이유로, 중국과는 중국 어선의 우리 해상에서의 불법조업문제 등과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항상 갈등과 충돌이 반복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가 간의 갈등과 충돌은 지구 상 어느 국가에서나 존재한다. 그러한 갈등과 충돌 속에서 전쟁을 겪기도 하고, 자국민의 안타까운 희생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가 간의 분쟁이 무력 충돌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가 필요하고, 무력 충돌과 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국방’과 ‘안보’가 필요하며, 무력 충돌과 전쟁 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국민을 예우해 주기 위해 ‘보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과 충돌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국민을 예우해 주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자국의 ‘국방’과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겠는가? 그리고 ‘국방’과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국제 간의 치열한 외교전쟁상황 속에 과연 국가가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보훈’은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체이자 근간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훈’은 외교와 국방 등과 같이 국가의 존립과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보훈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향이 짙다. 자동차의 네 바퀴 중 하나라도 없거나 부실하면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거나 도중에 사고가 날 수 있듯이 ‘보훈’도 자동차의 한 바퀴처럼 없거나 부실하면 국가는 발전할 수 없을뿐더러 퇴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는 보훈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 국가유공자가 존경받고 예우받는 풍토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즉 보훈에 대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진정어린 ‘보훈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해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한 우리 용사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일까? 그들은 서해 수호를 위해 장렬한 죽음으로 한 줌의 재가 되었지만, 그 재는 서해 수호를 위한 등불이 되었다. 등불은 작고 왜소한 존재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넓은 어두운 공간에 있을 때 길을 알려 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 용사들은 등불처럼 작고 왜소한 존재이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거함의 이정표이자 희망이 되었던 것이다.

가끔 우리 용사들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비난하는 댓글을 볼 때면 가슴이 참 아프고 시리기도 하다.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이념’에 의해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왜곡되는 모습을 볼 때면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정치과잉’이 참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용사들은 우리를 위해 대신 싸웠고, 대신 희생했다. 우리 용사들을 ‘정치’가 아닌 순수한 ‘보훈의 가치’로서 바라보고 예우해 주고 존중해 주는 문화를 우리는 언제 이룩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잔잔한 서해를 바라보면서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도 ‘나’ 대신 목숨 바쳐 희생한 우리 용사들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그들의 희생과 공헌을 어떻게 보답해야 하고, 그 희생과 공헌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가치를 갖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시민의식 속에 녹여들 수 있게 하는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은 보훈공무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치열한 고민과 정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찾아낸 ‘보훈의 가치’는 서해의 등불이 된 우리 용사들처럼 우리 사회와 국가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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