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컬럼 수필] 호랑이 배꼽마을이 궁금해
상태바
[기획컬럼 수필] 호랑이 배꼽마을이 궁금해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20.0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순자 시인/수필가
손순자 시인/수필가
손순자 시인/수필가

[기획컬럼 수필]  코로나 19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지만 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는 날이 많아지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날에 생각나는 음식이 냉면이다.

냉면의 종류도 물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칡냉면, 메밀냉면.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 다양하지만 우리부부가 즐겨 찾는, 집에서 멀지 않은 그 곳 (군남 면옥) 의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맛은 사계절 언제나 한결같다.

누구라도 먼저 ‘냉면’ 이야기가 나오면 오랜 단골식당 그 곳으로 향한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달리는 도로에는 초록빛 생기를 뽐내는 나무들이 길게 이어지고, 이름모를 노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갑갑했던 숨통마저 확 트이는 것만 같은 날.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손님이 더러 보인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불친절 하지도 않은 주인의 손님맞이 방식 역시 변함없는 냉면맛 만큼이나 담백하다. 남편은 비빔냉면 나는 물냉면을 주문한다.

역시나 오늘도 냉면 맛은 30분 달려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 번 가보지 않고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단골들이 그 곳을 찾는 이유다.

냉면 값을 매번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도 주인에게 우리만의 감사함의 표현이다. 특별히 바쁜 일도, 집에 빨리 돌아갈 이유도 없고 해서 내친김에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시골길을 얼마를 달렸을까 ‘호랑이 배꼽마을’ 이라는 큼직한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참 재미있는 마을 이름이다.

순간 ‘호랭이가 담배 피던 시절....’ 로 시작되는 옛날이야기가 하나 둘 생각났다. 옛날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제나 호랑이가 빠지지 않았던 어린 시절.

88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도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가.

다 자라면 2m~4m 가 되는 맹수가 되는 호랑이는 야생에서는 15년을, 동물원에서는 20년을 살수 있다고 하는 데, 우는 아이에게는 곶감보다도 덜 무서웠던 호랑이 는 우리의 문화와 제법 친숙한 존재로 인간의 말을 알아듣거나 의리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야기가 생각나 실실 웃음이 나오는 ‘호랑이 배꼽 마을’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한반도 지형이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는데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동중리’ 이곳이 지도에서 호랑이 배꼽 위치에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호랑이가 살던 동네는 아니어도 호랑이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서 지어졌다고 한다.

차에서 내려 마을 입구에 위치한 ‘호랑이 배꼽마을 쉼터’ 에 가 보았다.

최근 들어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간이 폐교를 활용한 곳인데 이 곳 역시 잊혀질 뻔 한 ‘왕산초등학교 동중분교’ (1970년3월~1991년2월) 터에 쉼터를 만들어 조각상과 조형물등 볼거리와 정자를 만들어 누구라도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동중리로 들어가니 작은 버스 한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전곡 장날도 아니고 이 시기에 할 일을 놓치면 안 되는 농부님들은 많이도 바쁜 날인지 버스는 손님 없이 다시 빈 차로 떠난다.

모르는 사람들은 시골의 한적함이 좋다 할지 몰라도 농부님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바쁜 일손을 보태고 한 낮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늦은 저녁시간까지 바쁘게 움직여야만 하는 계절.

봄에는 이팝나무 하얀 꽃이 초록의 나뭇잎과 어울려 우리의 눈을 맑게 해 주고 초여름에는 붉은 아카시아 꽃이 반겨 주는 곳 ‘호랑이 배꼽마을’ 민간인 통제선과 근접한 지역이지만 오히려 인적이 드문 곳으로 황무지를 개간해서 만든 곳에서 청정의 자연을 만들어 내는 곳이어서 농부님들의 흘린 땀만큼 농산물의 가격을 잘 받아 그들이 활짝 행복한 웃음을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주태백이 소굴’ 과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버스 정거장 의 아늑한 정경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마을을 떠나며....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호랑이 관련 속담이 입가에 맴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