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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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단상(斷想)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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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브랜드마케팅팀장, 이학박사 문제열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어머니들은 월동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월동준비의 첫 번째로 김장을 담그는 것을 시작으로 예부터 장 담그기와 김장 담그기는 인가일년지대계(人家一年之大計)라 할 만큼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이 맘 때쯤 김장철이 다가오면 언 손을 “호~” 불어가며 배추를 절이기 위해 행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라고 특별히 김장을 맛있게 담그는 비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은 재료만을 사용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배춧속에 버무린 양념을 넉넉히 싸서 입에 넣어주었던 어머니의 김장김치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며, 알싸하게 매우면서도 맛은 달디 달았다.

김장 담그는 날은 작게는 온 가족의 대소사요, 크게는 이집 저집 온 마을의 잔치 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누구 하나 김장 김치를 공짜로 먹는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이웃 아주머니들은 전날부터 배추를 절이고 무를 썰면서 부지런히 움직이셨던 것은 물론이요, 뒷방을 지키시던 할아버지까지 나서서 장독이 들어갈 땅을 다지시거나 그것도 안 되면 간이라도 보며 “짜다”, “달다”, “이것이 부족하다”, “저것을 더 넣어 봐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담근 김장김치는 한겨울 반찬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맨밥에 신 김장김치 쭉쭉 찢어 먹던 기억이며, 처마 끝에 고드름이 녹아내리는 춘삼월, 돼지고기 숭숭 썰어 넣어 보글보글 끓인 얼큰한 김치찌개, 노랗게 속이 익은 고구마에 얹어 먹던 붉은 김치의 맛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겨우내 밥상을 채워 주었던 김장김치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갖고 있는 정겨운 기억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무와 배추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땀과 정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떠들썩한 동네잔치였던 김장 담그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특히 김치는 우리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발효 식품으로 섬유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소화가 잘 되는 등의 장점을 두루 가진 건강식품 중 하나이다.

또한, 김치의 주 재료인 배추는 동의보감에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에서 배추는 채소 중에 으뜸으로 통한다. 옛 문헌인 향약구급방에도 배추가 채소가 아닌 약초로 이용되었다는 기록 또한 있다. 화상(火傷)에는 배추를 데쳐서 상처부위에 붙였고 , 옻독이 올라 괴로울 때에는 배추에서 즙을 내서 바르기도 했으며, 환절기 감기에도 배추국은 특효약이라고 쓰여 있다.

이렇듯 건강에도 좋고 , 영양가 만점인 김치이지만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고 , 설상가상으로 핵가족화로 인해 김치를 직접 담그는 가정까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우리의 정겨운 얼이 담긴 김장 담그는 전통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안타깝기도 하다.

거기다 더해 올해는 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해마다 농민들은 한 철 장사를 위해 온 몸을 바쳐 소중한 먹거리인 농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해 성적표를 받아보는 순간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가격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농민들이 시름을 앓는 동안 정작 소비의 주체인 국민들은 관심을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40%이상 증가한 167만톤과 67만톤에 이를 것 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가격하락을 우려하여 안정 대책을 조기에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전에 온 국민이 소비의 주체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하며, 배추와 무 등 농산물의 소비촉진을 이끌어 나가야 할 때이다.

올해부터는 김장을 담그며, 가족뿐만이 아닌 이웃, 친지와 소통을 해 봄이 어떻겠는가? 배추와 무 등 농산물의 소비를 위해 온 국민이 김치 담그기와 나누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부는 11월부터 종교단체, 기관, 자원봉사자 등과 연계 사회복지시설, 결손가정, 불우이웃에 대해 사랑의 김치 나누기 행사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 한다. 일부의 참여가 아닌 온 국민의 참여로 참으로 따뜻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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