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욕심은 한 근에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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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욕심은 한 근에 얼마야?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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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 연천군무한돌봄센터

정석원 연천군 무한돌봄센터
날씨가 흐리거나 추운 날이면 어김없이 청사 구내식당이 붐빈다. 이럴 때 필자는 가끔 줄을 서서 기다리기 보다는 차탄천 산책길로 향한다. 잘 조성된 산책길은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다. 늦가을 길가 코스모스는 사라지고 풀섶에 기댄 마른 들깨 대궁이며 콩깍지들이 한가롭다. 내(川)를 따라 물오리 떼가 물길을 거슬러 놀고 바람을 등진 갈대도 한 번씩 제 몸을 내어주며 흔들린다. 멀리 보이는 기찻길서 댕그렁 댕그렁 들려오는 건널목 차단 소리는 덤이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가끔 댁으로 찾아뵙는 사례관리대상자 할머니를 만났다. 복지관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을 드시고 종종 걸음으로 차탄교 건너 찜질방 가시는 중이라 한다. 내일 잔치에 가야하니 머리도 좀 해야겠다고 하셨다.
“사람 노릇하기 힘들어. 잔치 가는데 부조도 해야 하구, 이것저것 들어가는 데는 많은데 영세민이라 주는 돈은 쬐금이니 힘들어 못살겠어.”라고 하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2013년 최저 생계비를 올해보다 3.4% 인상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전년도 최저생계비 인상률(3.9%)보다 0.5%포인트 낮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일반 가구의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등 질적인 측면을 감안하지 않으면 ‘최저 생계비’가 ‘최저 생존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마침 길가 고물을 잔뜩 실은 리어카를 세워두고 잠시 쉬던 할아버지가 이쪽을 바라보며 눈인사를 건넨다. 어디 사시는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이때쯤이면 힘겨운 듯 천천히 리어카를 끌고 차탄교를 건너시는 또 다른 노인이다. 두 분은 서로 면식이 있는 듯 할머니가 먼저 말을 건넨다.
“그거 한 근에 얼마나 받는다고 추운데 그렇게 맨날 청승이야?”
그까짓 종이박스 주어서 어떻게 사느냐고 궁상스럽다는 말투다.
“염병, 이보오 할멈, 내 몸이 아직 성하니 자식이든 누구든 손 안 벌리고 이렇게 사는데 뭐. 그 놈의 죽는 소리는... 자네 욕심은 한 근에 얼마야?”

2010년 통계청 사회조사 지표에 따르면 ‘노인들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부담의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2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과거 전통적 가족공동체 구조가 해체된 지금 다행이도 이제 누구도 빈곤의 문제를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Trouble in the people)로만 보지 않는다. 다만 국가 책임(Blame the system)을 강조하며 부양능력이 있으면서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양심은 한 근에 얼마일까?

최저생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는 우리에게 익숙한 선별적・보충주의 복지급여체계 내에서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욕구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반면 부양가족 소득에 묶여 말 그대로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는 생계비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나 차상위 계층의 노인세대도 피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에 처한 노인이 전체 노령인구(536만명)의 35.8% (192만명)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노령수급자 (38만명)에 비해 무려 5배가 넘는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른 실질적 ‘부양비’ 완화나 단계적 폐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과 함께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국민들의 노령세대 부양의식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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