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연일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고민과 외로움 그리고 가족들 간의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담은 영상음악극 ‘외톨리들’이 수레울아트홀에서 열렸다.
찾아가는 문화힐링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번 연극은 경기도립극단과 도광역정신건강센터가 청소년을 위해 만든 정신건강연극제이다. 소외된 문화배려계층을 직접 찾아가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한다는 문화 복지사업으로 지역별 순회초청 공연이다.
연극 ‘외톨이들’을 연출한 고선웅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최근에 막을 내린 톨스토이 ‘부활’을 연출한 극작가로 그는 매작품마다 매우 수준 높은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기대에 부흥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공연 후기 관련 블로그를 검색하다 우연히 접한 내용이다. 한 트위터의 지인이 공연 관람을 마치고 고연출가에게 다가가 기념 사인을 요청하자 바닥에 털썩 주저 않아서 해준 서명 마지막에 “지치지 맙시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연출자를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연극에도 문외한이다. 하지만 관객으로서 기대가 높았던 것은 그가 관객에게 보여준 격의 없는 태도에서 그의 예술과 인간적인 면을 상상하고 응원할 뿐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현대인의 자살, 우울 등 심리적 불안과 고민 등을 예술이나 공연을 통해 소통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소위 예술치료, 문화테라피 등이 새로운 문화복지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행복수준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주장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행복의 개념이 신체적 건강이나 소득 등의 객관적 지표에서 자아성취, 긍정적인 사고, 종교와 같은 정신적 가치를 포함한 주관적 지표로 확장되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구성원들이 일정한 평균소득이 보장된 전제하에서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의 ‘이스터린의 역설’ (Easterlin paradox)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기획된 공연은 단순히 한편의 좋은 연극 상영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연시간을 전후로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연천군건강증진센터 선생님들의 분주한 모습 또한 아름답게 보였다.
설문과 엽서이벤트 그리고 출연진과의 포토존 마련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돋보였다.
이러한 공연 외적인 노력 또한 심리· 정서적으로 주민들의 삶이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문화예술 배려지역인 농촌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문화적 욕구가 크게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점은 우리 지역사회에도 예술이나 문화 콘텐츠 제작에 지역민들이 직접참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나 지역민의 통합의 관점에서는 무언가 대단하고 고급스러운 예술이나 공연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그저 나눔과 공감이 있는 무대면 족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참여와 소통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다수‘ (Trivial many) 가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적 망(net)으로 촘촘히 연결 되었을 때 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척박하고 힘든 여건이지만 지역사회의 문화복지를 구현할 다양한 계층의 외톨이들에게 이번 공연이 ‘지치지 않는 사다리’ 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