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정신을 온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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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정신을 온몸으로!”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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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를 빛낸 37인의 공직자 이야기 ①】 고(故) 이주영 사무관

고 이주영 사무관
봉사 이틀 전, 가족과 놀이동산 나들이가 마지막일 줄…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다. 국민이 부르면 즉시 달려가 도와주는 것이 공직자들의 길이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는 이타적 DNA가 있어야 한다. ‘선공후사, 멸사봉공’의 자세와 ‘청렴영생, 부패즉사’의 정신으로 소임을 다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도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공직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며 헌신한 사례들을 모았다. 특히 고귀한 희생정신으로 업무에 매진하다 순직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항상 웃는 얼굴, 모든 일에 솔선수범

평소 밝은 성격에 성실한 업무 추진으로 동료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고(故) 이주영 사무관. 남들은 모두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들떠 있을 때 설해복구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2005년 12월 25일, 전북 고창으로 간 그는 도착하자마자 축사에 올라 제설작업을 했다. 하지만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내려오던 중 그만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2005년 12월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특히 호남지역은 그 피해가 극심했다. 그 역시 TV로 호남지역 농가들의 폭설 피해를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도청에서 다음날 성탄절에 갈 호남지방 설해복구지원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많은 사람들을 달뜨게 하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으로 분주한 성탄절 이브였다. 그런 탓인지 멀고 힘든 설해복구지원 자원봉사에 선뜻 참가하려는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그는 부인에게 전화로 먼저 양해를 구하고 흔쾌히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그는 만물이 축복받은 성탄절 아침 일찍 도청에 모인 설해복구지원 자원봉사자 35여명과 함께 전북 고창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고창군 용수마을에서 그에게 주어진 일은 6m가 넘는 축사에 올라가 하는 제설작업이었다. 무섭고 힘들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축사에 올라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눈을 치웠다.

점심도 맛있게 먹고 오후 작업도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 그는 잠시 짬을 내 부인과 두 아들에게 전화로 성탄절을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작업이 이제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로 농장 주인아저씨도 일을 그만 끝내자고 했다. 그는 작업도구를 챙겨 철수하려고 발을 한걸음 내디뎠다.

6m 높이 축사에서 눈 치우다 변

“쿵!”
그 순간 그는 축사의 채광을 위해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덮어 놓았던 창을 밟고 말았다. 플라스틱 창은 우람한 체격의 그를 지탱해 주기에는 너무 약했다. 플라스틱은 산산조각이 났고, 안타깝게도 그는 6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부터 부딪치고 말았다.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동료들과 소방대원들은 긴급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그리고 119를 불러 인근 전남대병원으로 후송했다. 응급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불행하게도 낙상의 상처가 깊어 의식이 회복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의가 있는 서울 현대아산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결국 그는 축사에서 낙상한 지 44일 후인 2006년 2월 7일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남겨둔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크리스마스 때 지방 자원봉사가 마음에 걸렸는지 그는 봉사 이틀 전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가족 나들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언제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착한 사람이었고, 아내의 훌륭한 남편이자 아이들의 자상한 아빠였다.

사고 당시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손학규 도지사와 유가족, 1천여명의 도청 동료들의 애도 속에 경기도청장으로 영결식이 거행됐다. 그의 희생정신을 기려 사무관으로의 1계급 특진과 함께 녹조근정 훈장이 추서됐다.

또한 그는 재해로 순직한 일반직 공무원도 국립묘지에 안장되도록 개정된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으로 일반직 공무원 최초로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그는 운동을 유난히 좋아해 경기도청 축구동호회 총무를 맡아 주축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생전 그와 함께 운동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친하게 지냈던 경기도청 축구동호회원들은 아직도 축구대회 출전 때마다 대전 현충원에 들러 조문하고 필승 의지를 다진다고 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던 고(故) 이주영 사무관의 듬직한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의 봉사·희생정신은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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