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 대한 올바른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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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대한 올바른 인식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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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교 / 경기도 축산산림국장

 
개에게 복종훈련을 시킬 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먹이, 그리고 인간의 칭찬, 즉 사랑이다. 처음에는 먹이를 먹기 위해 인간에게 복종한다. `앉아! 엎드려! 기다려!`라는 신호에 맞춰 먹이를 주는 반복된 습관이 개를 앉고, 엎드리고, 기다리게 만든다.

일종의 조건반사와 같다. 단, 복종 행위가 끝나면 반드시 칭찬을 해준다. 이 칭찬에 길들여진 개는 결국 기본 욕구마저 절제하게 된다. 밥그릇 앞에서 침을 뚝뚝 흘리면서도 인간의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세상에 수 많은 종의 동물 중에서 다른 종의 사랑을 이토록 원하는 동물이 또 있을까? 개처럼 인간을 사랑하는 동물은 세상에 없다.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꼬리를 치고 핥고 주변을 맴도는 모든 행위는 인간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리고 사랑으로 길들여진 개는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와 사람에게 다른 점은 무엇일까? 개의 눈높이는 아주 낮다. 인간은 두 발로 걷고 개는 네 발로 걷게 돼 있는데,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개는 인간을 위로 올려다봐야 한다.

그러나 개를 인간의 눈높이로 안아 올리거나 인간이 개의 눈높이로 낮출 때 개와 사람은 수평적 관계로 바뀔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개를 무릎 위에 앉히고 눈을 맞추면서 개의 상태를 살피고 감정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지만 영원히 무릎에 앉히거나 안고 다니면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즉 수직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간혹 사람들은 자기와 함께하는 개가 매우 사랑스러워 개를 아기처럼 업고 다니고 예쁜 옷을 입혀 금목걸이를 달아주는 사람도 있다.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개의 행복보다는 개를 사람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행동의 표시일지라도 개는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다. 수직적·수평적 관계 형성을 떠나 인간 사랑의 최상위급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임은 분명하다.

사랑을 전달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은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 아이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과 노인에게 하는 방법이 다르듯 개에게는 개에게 맞는 사랑법이 있다.

그 방법은 올바른 관계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시각·청각장애인 등 주인 옆에서 가장 충직하게 행동해야 할 도우미견이라면 수직적 관계가 무너지면 개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기가 쉽다.

이는 개가 사람과 같은 위치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도우미견을 훈련시킬 때 첫 번째가 `내가 네 주인`임을 각인시키는 데서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소위 복종훈련이다. 앉아, 엎드려, 기다려 등으로 대표되는 복종훈련은 개의 재능을 살리거나 재미를 위해 하는 훈련이 아니다. 인간과의 관계에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기본적이고도 아주 중요한 훈련이다.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고 인간에게 복종하는 이 순수한 영혼은 개인주의와 소통 부재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소일거리를 제공하며 산책을 통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 이웃 간 소통을 유도하는 가교역할도 하며, 무엇보다 사랑을 확인시켜 준다. 단언컨대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최고의 동물이다.

 길은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 더욱 아름답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꼭 사람이어야 하는 법은 없다. 산책길에 나선 개와 인간은 서로 마주보지 않지만 서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인식하며 깊은 신뢰 속에서 각자의 자유를 누리고 서로 보조를 맞춰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관계는 비록 개와 인간이 수직적 관계를 밑바탕에 두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수평적 관계의 끈으로 이어진 덕분에 아름다운 동행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와 나란히 걷는 삶, 그래서 반려견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길이 외롭거나 두렵다고 느낀다면 반려견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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