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런 사태와 만만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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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런 사태와 만만쟁이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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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사회복지사

정석원 사회복지사
시중은행 몇 곳이 관리부실로 1억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어림잡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4배에 달하는 숫자다. 국민이 사상 초유의 카드런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언론보도 이후 사나흘 만에 해지나 재발급 요청 고객이 40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카드대란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대량의 개인정보유출 이후 금융권이 즉각적인 대처와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도 개인정보 유출 대상자로 재발급 신청을 위해 은행을 방문하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대기시간이 평소에 서너 배가 넘었다. 대도시 경우에는 한나절을 기다려야 겨우 창구직원과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카드 재발급이나 해지 창구만 유독 ‘손님이 많다’, ‘전산이 잘 안 된다’, ‘카드발급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괜찮겠느냐’ 는 등 카드해지를 막아 보려는 태도가 궁여지책이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소심한 선택으로 화답했다. 재발급에서 탈회(脫會)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분실도난으로 이용정지중입니다’라고 문자알림서비스를 받았다. 카드재발급의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항의를 하자 “해지하려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예요”라고 한다.

곧 바로 고객요청에 의해 카드탈회 신청으로 정정을 요구했다. 개인정보 삭제도 요구하였지만 제대로 처리되었는지 미심쩍다. 지나친 항의나 분노는 대면업무를 하고 있는 창구직원만 잡는다 싶어 또 참는다. 기다리는 뒷사람들에게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창구 직원이고 고객이고 모두가 안쓰럽다. 우리나라 금융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정도가 딱 요정도 수준이다.

하청업체 납품가격을 후려치거나 담합에 성공한 임원이 능력자로 승승장구하듯 카드해지나 신규발급을 가장 많이 막은 지점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여전히 말 뿐이다.

타이레놀 사건과 나이키 사례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 모범적 예로 꼽는다. 두 회사는 각각 자사제품에 독극물유입과 개발도상국 아동노동 문제로 위기에 처하자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과 인권, 환경 등 사회적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대응했다. 단기적 영업 손실이 매우 컸다. 하지만 고객우선의 경영원칙을 지키자 소비자는 곧 바로 신뢰로 화답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사례다.

2차 피해는 없다고 장담하지만 고객들의 마음은 이미 소심한 선택을 넘어 괘씸죄를 추가하여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란 반드시 물질적인 것만 아니다. 고객을 만만쟁이로 보는 금융당국이나 안일한 기업경영이 언제까지 버틸지 두고 볼 일이다.

해당은행이 말하는 것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데 국민들이 유난을 떠는 것인가. 금융권 임직원들이나 가족들도 대부분 개인정보유출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들의 대기번호표는 몇 번이었을까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들에게 만만쟁이는 또 있다. 농촌지역이라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령층 등이다. 사실 이들의 피해가 가장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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