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수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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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수당 논란,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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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사회복지사

정석원 사회복지사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

가끔 홀몸노인들을 찾아뵙다 보면 가장 염려되는 일이 어르신들의 건강이다. 특히 요즈음 같은 동절기에는 웬만큼 건강한 어르신도 힘들어하신다. 지병인 혈압이나 당뇨, 무릎 관절약이라도 처방받으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혼자이기 때문이다.

방 한 칸에 세간붙이라고는 오래된 이불장에 서랍장 하나가 전부다. 서랍장위 반듯한 곳에 한눈에도 정성스럽게 보관하시고 있는 것이 있다. 수의(壽衣)다. 치마와 저고리 속곳 몇 점이 모두다. 그나마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이다. 구입한지 수년이 넘어 이미 삭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음만은 든든하다.

‘지자체 장수수당 지급 선심성 논란’, 며칠 전 보도된 한 신문사 머리기사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2008년 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수혜대상 중복 논란을 의식해 장수수당 폐지를 권고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수당을 지급하는 지자체가 오히려 늘었다며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효행장려 및 편안한 노후생활 지원이냐 아니면 선거용선심성 예산인가?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

다만, 매월 몇 만 원의 효도수당이 효행장려나 노후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가 의문이다. 수혜연령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말마따나 장수수당이다 보니 대부분 최소 80세 이상이다. 심지어 100세 이상일 경우에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노령세대의 경우 대부분 만성질환을 가지고 계신다. 당연히 신체적 활동뿐만 아니라 기능적 일상생활(FADL)도 어렵다. 인지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는 게 보편적이다. 이런 연세의 어르신들이 당신을 위해 수당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는가?

설사 자식들 도움을 받더라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쓰여 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간혹 남 같은 자식을 둔 어르신들이라면 그들의 푼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천군도 장수수당을 매월 2만원씩 지급한다. 관내 거주 만 80세 이상 2,000여명 어르신이 해당된다. 연간 4억 5천 여 만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따라서 노령연금과 유사한 수당으로 중복지급 논란 소지를 안고 있다.

2014년 1월 말 현재 연천군 노령인구가 21.5%(9,594명)에 달한다. 이미 초고령 사회이다. 노인 관련 복지욕구나 예산의 증가는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복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주어진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수수당이나 화장장려금 등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민간 전문영역과 연계해 수의제작이나 조호물품 마련에 도움을 주는 방안이다. 마을단위 사업을 통해 수혜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당사자는 물론 부양가족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심리·정서적 만족감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년기 심리·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 가시는 길 속속곳, 단속곳에다 겉치마, 저고리, 원삼 등 가진수의 한 벌 제대로 마련해 드리자. 어쩌면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어르신들 속내를 살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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