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양, 늙어가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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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부양, 늙어가는 지구촌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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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사회복지사

정석원 사회복지사
우리가 따라하고 싶어 하는 유럽은 지금 복지개혁중이다. 영국 또한 국가보건서비스(NHS)를 포함해 사회복지예산 삭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보수당 연립정부의 친시장 정책과 맞물려 경기침체가 주원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제레미 헌터 보건성장관의 말이다. 작년 10월 노인돌봄에 있어 아시안 문화 채택을 주장했다. 노인에 대해 ‘공경과 존중’의 문화를 가진 아시아 국가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아내는 중국인이라 한다.

보건성장관 발언에 같은 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반론이 실렸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살았다면서 ‘제레미 헌트가 틀렸다’고 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한국을 보면, 많은 노인들이 빈곤과 싸우며 비참한 환경에서 생활한다. 연금과 건강보험은 제구실을 못하고, 지난 10년간 노인자살률이 두 배 넘게 증가한 점 등, 한국사회의 맨얼굴을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서울의 모 신문 기사를 인용하며 어르신들의 열악한 인권문제도 짚었다.

심지어 잘나가던 일본조차 경기침제이후 고통 받는 노인들의 거의 3배나 늘었다고 했다. 주거 빈곤상태 노인수가 많아지는 것은, 아시아 전역의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나이든 부모 돌보기를 꺼려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유교주의적 노인공경문화가 점점 무시되는 동아시아에서 배울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돌봄에 있어 아시아는 최악의 모델이라 주장하였다.

한국 등 아시아는 유럽의 복지를 영국은 역으로 아시아를 배우고자 한다며, 이는 슬픈 아이러니(sad irony)라 하였다. 제레미 헌트에게 아시아의 노인공경과 존중 문화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하였다. 영국인 스스로에 맞는 길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제레미 헌터가 보고자한 것은 아시아의 비참하고 고된 현실의 노인이 아닐 것이다. 아시아는 전통적으로 가족 간 유대를 중시해왔다. 이러한 문화와 가치를 높게 본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정치적 임기응변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다.

 

단일선상에서 범주화한 국가 간 순위 매김도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에 따르면 자살률, 주관적 건강상태, 삶의 만족도, 게다가 사회갈등지수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잘하는 게 없다고 한다. 언론 등에서 하나같이 내놓는 우리사회 지표다. 절망적이다.

OECD 지수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각국의 정치경제,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 않는가? 말하자면 비수량적 가외변인(extraneous variable) 많다는 것이다. ‘더 피곤하고 덜 행복한 사회’로 자학하지 말자.

이상하게 나온 내 얼굴사진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 물론 가린다고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 지식인들 사이에 한국의 단면만 부각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말이다.

분명 우리전통의 국민적 정서는 유럽의 그들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세대별 노인부양의식이 많이 약해지긴 했다. 하지만 현세대 노령인구를 부모로 둔 베이비부머들의 심정은 여전하다. 부모공양에 대한 의지가 견고해 보인다.

‘중년층의 생활실태 및 복지조사’(2010,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10명 중 7명(69.4%)은 자녀나 가족, 본인이 부모노후 부양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버틸만한 사회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문제는 동기부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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