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五光)패 선생들 오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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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五光)패 선생들 오셨소?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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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주민복지 지원과

▲ 이진경 주민복지 지원과
무한돌봄센터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를 돕고자 2009년도부터 도내 시군구에 설립되기 시작했다.

우리 연천군에서도 2010년 12월 센터를 개소하여 군 센터 함께와 남부, 북부 두 개소의 지역 네트워크 팀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무한돌봄센터에서 민간사례관리자의 사례관리업무와 서비스연계를 지원하고 복지수요자를 돕는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일이다. 사례관리 대상자 중 한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센터로 직접 전화를 하셨다. K씨(81세, 연천군 군남면)는 동거인 아내 H씨(65세)가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동안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 받아왔다.

그러나 서비스 받은 지 1년이 경과되어 건강보험공단 재심사에서 등급 외로 통보받았다는 것 이다. 작년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집수리 서비스를 진행했기에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할머니의 인지적 능력은 어느 정도 회복단계이나 신체적 능력은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은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마흔 아홉에 전처 잃고 나이 칠십 다되어서 저이를 만났는데, 차라리 죽지.. 죽지도 않고 저렇게 있어...머리맡 내 요강 걷어 내기도 힘든데 누워서 지내는 저이가 불쌍해” 라고 말끝을 흐리셨다.

노인부부는 농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지만 이미 연로하셨고, 자식들과는 사실상 단절관계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로 경제적 능력을 가진 자녀가 있어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공공부조(public assistance)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 해당된다.

우선 누워 계신 할머니를 안정시키고 할아버지 모시고 면사무소로 향했다.

노인돌보미 서비스 신청을 돕기 위해서다. 할머니가 챙겨주신 비닐봉지 하나를 두 겹 세 겹 싸서 낡은 점퍼 안주머니에 넣어 신다. 가슴을 두들기듯 여윈 손으로 한 번 더 주머니 속을 확인하신다. 비닐봉지 속에는 할머니 신분증과 도장이 들어 있었다.

일을 마치고 뒤 돌아서 오는 길,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어르신 굽은 등허리 위로 가을 햇살이 부드럽다. 한결 기분이 좋아지신 어르신은 차안에서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평소와 달리 올해 농사일이며 할머니에 대한 애처로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 내셨다.

“고맙소! 이렇게 도와 줘서.. 어제 화투 패가 오광이 떨어져 좋은 일이 있나 했더니만, 선생들이 오광패들 이구먼.. 아 그래 내가 공무원 선생한테 오광패 오셨소 라고 했지..”

대부분 만성노인질환자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중복질병 뿐만 아니라 빈곤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실상은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부양가족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생계를 달리하는 자식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할 때 부양회피자라는 사회적 낙인까지 경제적 정신적 이중고에 시달린다.
부양의무자인 자식들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를 돌볼 수 없는 복지사각지대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자원 그리고 다양한 욕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에는 아직도 극복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위 사례의 경우는 민간 사례관리전문가가 긴급 투입되어 초기상담, 욕구조사 등을 거쳐 복지수요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원 스톱(one-stop)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군 자체 노인돌보미 서비스에 연계하여 지속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단절된 가족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어 노년기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다.

경기복지재단 연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도 도내 16개 시군구 복지수요자 지원현황은 생계비지원(82.1%), 의료비지원(11.1 %) 교육비 (1.0%)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상대적 빈곤율을 15%정도로 감안할 때, 2010년 상대적 빈곤에 처한 가구의 2%정도만을 지원하고 있어 사각지대 해소규모가 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보고되었다.

우리 군 또한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노령인구가 19% 로 UN에서 규정하는 초고령화사회(super aged society)기준에 이미 근접해 있으며, 욕구 또한 다른 시군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적보장비용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추가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발생이 예견되어 이미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회복지 척도는 노인빈곤율, 노인자살율이 OECD 국가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단순 재활지원이나 치료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예방적 차원의 복지정책과 자립보호서비스를 강화하는 노인복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편안하고 충분한 삶’은 아니라도 생계나 의료비 같은 생존권 수준의 기초사회보장제도 확대의 필요성이 타당성을 얻는 이유이다.

복지정책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재원 확보의 어려움에 부딪힌다. 수요과 공급의 균형점을 위해서 공공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발의 가장 큰 축은 민간의 나눔에 대한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눔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 졌으나 문제는 사회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오늘의 노인을 위해 내일의 노인세대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즉 세대 간 호혜적 지원이 강화되도록 제도 개선 등의 사회적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퇴근 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그릇 국수를 삶아 내는 늙은 수사(修士)의 맑고 묵묵한 웃음을 기억한다. 필자 또한 누군가에게 오광패로 기억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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