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담뱃가게 아가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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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담뱃가게 아가씨는 없다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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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사회복지사

정석원 사회복지사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담배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인상폭이 문제였지 가격인상은 기정사실화 하는 눈치였다.
다만 뜸을 들여 인상의 시기와 그 폭을 저울질 한 것 같다. 사실상 간접세 증세로 부담이 늘어나는 서민흡연자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이래저래 흡연자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 이참에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수 년 전 일이다. 한날 지인이 요즈음 담배 값이 꽤 많이 든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가 금연을 결심한 더 큰 이유는 어머니가 담배 가게를 그만 두었기 때문이다. 지인의 모친은 한때 몇 백호(戶)가 넘게 살던 시골마을에서 담배포를 하셨다.
자식들 키우자고 처음 시작한 일이 담배포 딸린 구멍가게였다. 30대 중반 나이였다. 고운 얼굴에 인심도 후해 우리 동네 담뱃가게 아가씨로 통했다.
농사철 모내는 날이면 일꾼들에게 담배를 대주었다. 가을걷이 품앗이 때는 집주인의 인심은 더 후했다. 마을에 상(喪)이 나면 상여꾼에게 노잣돈에다 담배도 한 갑씩 돌리던 시절이었다.

담배가 귀하고 대접받던 시절이 지인의 어머니에게도 전성기였다. 조그만 리(里)단위에 제법 큰 동네를 이룬 것은 순전히 인근에 있는 포 사격장 때문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제한구역을 넘나들며 포탄피를 주워 생계를 유지했다. 고철덩이를 온전히 몸으로 이고 지고해서 자식들 키웠다. 하지만 지아비는 환갑도 되기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인의 모친은 지금 노인성 치매로 고생하고 계신다. 인지력 저하는 물론 우울감이나 배회 등 주변증상이 함께 나타나 가족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해서 요양시설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자식들 간에 의견이 달라 애를 더 태우고 있다.

경기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접경지역인 연천군이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이 53.2%로 경기도 평균 43.7%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 반면 ‘남성흡연율’은 군민의 절반이상인 51.1%로 도내 성인 평균흡연율(24.5%)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우울감 경험’ 또한 남양주(10.0%)에 이어 연천(9.3%)이 두 번째다. 경기도 평균(5.4%)에 두 배 가까운 수치다.(2012)

대체로 고학력이거나 고소득자가 많은 지역이 ‘살기 좋은 도시’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나 소득은 단박에 개선되기 어렵다. 그래서 예방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마침 관내 사례관리 협력기관, 민간전문가. 지역주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주민 정신건강증진을 주제로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모임은 지역사회복지 기관 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전문가 슈퍼비전(supervision)이 돋보인 자리였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타적(利他的) 삶을 실천하는 이들의 숨은 노력도 꼼꼼히 묻어났다. 그래서 앞으로 기대가 더 크다.
지금도 포성(砲聲)은 여전하지만 마을은 텅 비었다. 보상 문제로 남았던 몇 가구도 새둥지로 이사하였거나 돌아가셨다. 이제 우리 동네 담뱃가게 아가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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