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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을 보고이병익 본보 컬럼위원,정치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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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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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롯데시네마에서는 다른 예매율 높은 영화와는 달리 2개관을 배정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것이 정상이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는 인기 있는 한 영화를 5개관에 집중해서 상영하는 일이 잦았는데 다른 영화를 상영할 기회를 뺏는 일이었다. 필자가 자주 다니는 롯데시네마 김포공항관은 10개 이상의 상영관을 갖고 있는데 좋은 영화를 빨리 막을 내리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영화관이 경제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화제작을 5개관에 배정을 하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일찍 막을 내려 뒤늦게 보려고 했던 영화 팬들은 좋은 영화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에 영화 팬들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주말에는 다양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작품성이 있는 영화는 주말에만 상영하는 1개관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영화는 몇 년에 걸쳐서 상영을 한다고 해도 팬들이 찾아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시장'은 최근에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팬들이 모여드는 영화라고 본다. 영화의 구성과 역사성, 그리고 예술성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갖춘 영화이다.
흥남철수작전의 모습도 리얼하고 피난민의 고단한 삶속에서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한 편의 가족사가 줄거리지만 그 속에는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조명되어 있다.

피란 과정에서 가족들과 떨어진 가장을 대신해서 어린 장남이 어머니와 동생들과 겪었던 6. 25의 참상과, 부산의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가장이 성장하여 독일광부로 지원해서 돈을 벌어 집을 사게 되고 독일에서 만난 간호사와 결혼하고 가족의 생계와 교육을 책임지려는 당시의 가장의 책임의식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은 다시 월남에 돈을 벌기위해 떠나고 총상을 입고 장애자로 돌아와 살아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은 당시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자신보다도 가족의 안녕이 우선이었던 가장은 몸을 아끼지 않고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하였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몫은 가족들의 무관심과 냉소적인 눈길이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주인공은 부귀와 사치를 누리기보다는 근면과 자기절제가 몸에 배어 있는 우리시대의 부모였고 특히 고향을 등지고 남쪽에서 자리 잡은 실향민들의 모습이었다.

80년대 초 KBS의 이산가족의 상봉 프로그램에서 가장은 흥남부두에서 헤어졌던 동생을 찾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은 당시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해주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힘들고 못 살았던 시절을 조명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젊은 세대들에게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부모세대의 희생이 있었음을 말해주려는 듯했다.

광부와 간호사의 독일파견과 월남전을 통해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영화를 우파적 시각의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편견이다.
다큐멘타리에 가까운 사실적 영화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영화적인 예술요소가 가미되었지만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본다.

영화 '국제시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한 번씩 보아야 할 영화라고 단언한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영화도 아니고 이념적인 영화는 더욱 아니다.
북한을 탈출한 실향민의 이야기이고 독일의 광산에서 목숨을 걸고 일했고, 또한 간호사로 열악한 환경에서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선배들의 이야기이고 이국땅에서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돈을 벌기위해 위험한 일도 감수했던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힘든 인생을 거쳐 온 가장의 힘든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여망도 들어있다. 연기자의 연기도 리얼하게 잘 소화했고 촬영도 사실감각과 영화적 예술 감각을 잘 조화시킨 수작이었다. 오랜만에 잘 만든 한국영화를 감상했다.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다음에 여운을 느끼려는 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필자도 괜히 안경을 벗어 물기를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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