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을 통한 역사의 징비(懲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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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웅을 통한 역사의 징비(懲毖)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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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호국영웅은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뛰어난 훈적(勳績)으로 구국을 달성하여 국민으로부터 추앙받아 마땅한 위인(偉人)’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외침 등으로 인한 국가위기가 잦았기에 그 극복 과정에서 호국영웅의 명예를 얻은 위인이 많은 역사적 특성이 있다.
 
특히 전대(前代)의 호국영웅은 후대에 겪은 국란극복의 정신적 배경이 되어온 점에서 호국영웅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그에서 비롯된 자긍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렇게 우리가 호국영웅에 대해 자긍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호국영웅에 대한 자긍만으로 호국영웅의 역사를 온전히 다루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호국영웅의 역사에 대한 감계(鑑戒)가 결(缺)되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호국영웅은 추앙의 대상이고 그에서 비롯된 역사에 대하여는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김이 마땅하다. 경국(傾國) 혹은 망국(亡國)의 위기에 놓인 조국의 부름에 응하는 일, 영웅적 활약으로 조국의 위기를 타개해 내는 일, 그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현창(顯彰)하는 일, 후일 비슷한 위기에 놓인 후예들을 위해 청사의 교훈으로 남는 일 등은 끝없는 칭송과 무한한 자긍의 대상이 됨직하다.

하지만 호국영웅에게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추앙과 자긍 외에도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호국영웅 역사의 교훈과 그를 통한 미래의 대비이다.
호국영웅의 역사 그 자체는 자랑스러운 것이나, 호국영웅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호국영웅 등장의 배경인 국가의 위기상황은 그것이 외침에서 비롯되었든 내홍에서 비롯되었든 우리가 거울삼아야 할 아픈 역사이다.
이러한 점에서 호국영웅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피조물로도 볼 수 있다. 국가의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호국영웅이 등장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또 공적 측면에서의 호국영웅의 삶은 명예로운 것이지만 호국영웅 개인의 삶이 순탄․평온하기 어려운 점 또한 우리가 고려해야 한다. 물론 호국영웅의 공훈에 대해서는 국가에 보상과 예우가 이루어져 왔지만, 어떠한 보상과 예우로도 호국영웅의 희생을 완전히 보전할 수는 없다.

특히 그 희생이 순국인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상이를 입은 호국영웅 그 자신과 가족도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실제 호국영웅의 의향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필자에게 명예로운 한편 고통이 따르는 호국영웅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범인으로서의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선뜻 전자를 택한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에 비추어진 호국영웅으로서의 길은 그 만큼 어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징비(懲毖)’라 했던가. 이는 ‘(과오를)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後患]’는 것으로 역사의 교훈적 기능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일례로 발발 65주기를 맞이하는 6․25전쟁의 호국영웅들의 뛰어난 활약상을 통해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해낸 사실 자체에는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 마땅하지만, 호국영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만들었던 사실과 그러한 호국영웅의 길이 그 개인에게는 불행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호국영웅의 영웅담에 가슴이 벅차고 그 희생정신에 감동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것과는 별개로, 국란을 막지 못해 호국영웅의 피를 국가의 제단에 뿌리게 한 과오는 스스로 징계하여 호국영웅의 활약이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호국영웅의 은덕을 입은 후손의 마땅한 의무이자, 이 땅에서 스러져 간 호국영웅 스스로로 바라 마지않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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