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훈으로 거듭난 가평과 미국의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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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훈으로 거듭난 가평과 미국의 특별한 인연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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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경기북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선양담당

지난 2월 4일 가평에서는 ‘미국 한국전 참전기념비’ 제막식이 있었다.

제막식에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초청되었는데, 이는 6·25전쟁 시 맺어진 가평과 미국의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65년 전 가평에서 참전용사들은 한국군과 생사를 함께했고 한국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선사했다.

이렇게 맺어진 연은 지속되어 지난 2월 4일과 같은 ‘은혜 갚음’을 통해 가일층 끈끈한 유대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맹방 용사에 대한 ‘은혜 갚음’은 과거에 대한 의무를 넘어서 미래 대한민국을 구상하는 중장기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이러한 보훈외교는 국가보훈처 소관 국정과제인 ‘명예로운 보훈’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가 차원의 시책이다.

가평은 1·4후퇴 이후 6·25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던 용문산-가평지구 전투의 현장이다. 해당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영연방 4개국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족적을 가평에 남긴 미군에 대하여는 그렇지 않다.

사실 美 2사단 72전차대대는 1951년 4월 가평지구 전투에서 목동~대원사 능선을 따라 남하하는 중공군을 격퇴함으로써 가평지구 전투 승전의 일익을 담당했다. 또한 美 213야전포병대대는 1951년 5월 26일 북면 홍적리 일대에서 240명의 병력으로 4000여 중공군을 섬멸했다.

특히 단 한명의 전사자도 없이 중공군 1180명을 사상(死傷)함으로써 ‘가평의 기적’이라 명명되며, 당시 대대를 이끈 J. Frank Dally 준장(전투 당시 중령)은 2015년 5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가평에 주둔했던 美 40사단은 주로 타 지역에서 활약했지만 전투 이외의 방식으로 가평에 ‘2달러의 기적’을 일궈냈다. 전화의 폐허에서도 학구열을 놓지 않은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받은 美 40사단은 Joseph Cleland 사단장의 주도 하에 15000명 장병들이 2달러 씩 갹출해서 가이사중고등학교(現 가평고등학교)를 세운 것이다. 학교의 명칭도 美 40사단의 첫 전사자인 Kenneth Kaiser Jr 하사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한편 美 40사단 참전용사들은 1987년부터 매년 방한시마다 가평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자신들의 젊음(혹은 생명)을 바쳐 지켜낸 대한민국의 발전된 오늘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것이다.

보훈, 즉 은혜갚음의 첫 걸음은 부채의식을 가짐으로써 수혜(受惠)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이에 미군이 가평에 남긴 족적을 기억하고, 65년간 이어온 특별한 인연을 키워나가기 위한 노력이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평고등학교 졸업식과 연계한 미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에 지난 2월 4일 건립한 ‘미국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美 213대대·2사단·40사단이 가평 땅에 남긴 공헌은 물론 이들이 가평에 베푼 정(情)을 잊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한 것이다.

한편 본 기념비는 참전 미군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참전 과정에서의 희생을 기리며, 미국과의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이어나가는 국제보훈의 정책적 상징물이기도 하다.

국제보훈은 기존 보훈의 개념을 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건립 혹은 수호에 대한 국외유공자를 국가보훈의 범주 내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훈의 기저에는 ‘부채의식’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채는 다 갚을 수 없기에 ‘지속적인’ 은혜 갚음이 전제되며 이는 국제보훈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가평의 ‘미국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은 국제보훈의 대표적 시책이다. 항구여일하게 존재할 수 있는 현충시설을 통해 미군에 대한 사의(謝意)와 이들이 가평에 남긴 공적을 우리가 영원히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가평과 미군의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된 ‘은혜 갚음’은 국정과제 ‘명예로운 보훈’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국가 차원의 대외적 보훈정책인 점이다.

즉 참전국과의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군사공조를 통한 국가 안전보장 능력을 증진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상력을 강화하며, 경제·문화적 교류로 국부를 확충한 수혜는 대한민국 전역에 누대에 걸쳐 무한한 국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 가평에 세워진 ‘미국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그 취지를 계승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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