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wealth, 가평의 푸른 하늘을 지켜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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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wealth, 가평의 푸른 하늘을 지켜내다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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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경기북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유명산의 울창한 휴양림이 지평선과 맞닿고 청평호의 청명함이 반사되는 가평의 하늘은 유독 푸르다. 그런데 가평의 하늘이 오늘날 이처럼 푸르를 수 있는 것은 비단 가평의 강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65년 전 영연방[Commonwealth]의 푸른 눈을 가진 용사들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가평의 하늘은 지금과 같이 푸르지 못했을 것이다.

한 가지[枝] 연도 없을 뿐더러 알지도 못했던 나라에 국제연합의 일원으로 한국에 온 이들은 인류공영과 세계평화를 위해 싸웠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으며, 전화 속에서도 희망을 갈구하는 주민을 위해 훈적을 세웠다.

이에 한국에 초청된 영연방 용사들의 4월 24일 가평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가평의 푸른 하늘을 지켜낸 이들의 분투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2014년 기준 영국연방에는 54개국이 포함되나 후술할 가평전투에 참가한 영연방 27여단은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호주의 4개국 장병으로 구성되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뉴질랜드의 16포평연대, 영국의 미들섹스대대, 캐나다의 프린세스 페트리샤 제2대대, 왕립호주연대 제3대대로 구성된 연합 여단이 춘천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은 국군 6사단 및 미 5기병대대와 함께 1951년 4월 23일 ~ 4월 25일의 3일간 이어진 가평전투에서 제5차 공세의 일환으로 진행된 중공 118사단의 압도적인 전력을 격퇴했다.

사실 지평리 전투로 중공군의 제4차 공세는 무위에 그쳤지만 4월 22일 개시된 제5차 공세 초기, 사창리 전투에서 국군 6사단이 큰 피해를 입고 퇴각하는 등 아군의 전황은 좋지 않았다.

사창리의 패전으로 국군 6사단 주둔지역의 전선이 붕괴되어, 중공군에게 경춘가도를 따라 남하해 서울을 탈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만일 이 여파로 서울이 함락되었다면 제5차 공세는 중공의 승리로 귀결되고, 대한민국은 제2의 1·4후퇴를 단행해야 할 위기에 봉착할 수 있었다.

승전으로 욱일승천의 기세를 뽐내며 남하하는 중공 118사단을 저지할 부대로 춘천에 주둔하던 영연방 27여단이 동원되었는데, 중공의 군세가 영연방 여단에 비해 5배 이상 많았기 때문에 전황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국과 호주 왕립 대대는 가평 죽둔리에서, 부대원의 40%가 희생되는 악전고투 끝에 경춘가도를 지켜냈다. 캐나다의 프린세스 페트리샤 대대는 가평 남단 667고지를 사수하여 후퇴하는 국군 6사단과 아군의 주보급로를 엄호해냈다. 뉴질랜드 포병연대는 4월 25일까지 30시간에 걸쳐 1만발 이상의 집중사격으로 아군을 엄호하는 한편 중공의 남하를 차단했다.

이로써 중공 118사단의 북한강 이남 진격 기도를 무산시켰고, 아군은 노네임선(수색∼구파발∼금곡∼청평∼용문산∼홍천북방∼현리∼양양북방을 연결하는 선)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할 여유를 획득하여, 중공의 제5차 공세는 실패로 귀결되었다.

전투 결과 호주 왕립대대 94명, 캐나다 대대 33명 등 아군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최대 4천명을 잃은 중공 제20군단의 타격은 심대했다.

또한 본 승전으로 구축한 방어선은 중공의 제6차 공세를 격퇴하는 기간(基幹)이 된 점과 5배 이상의 전력 열세를 극복한 점에서 가평전투는 한국전쟁은 물론 세계 전쟁사에도 길이 남게 되었다.

이처럼 영연방 연대는 불리한 전황과 압도적 열세의 전력 차를 극복해 가평전투의 대승을 일구어냈다. 이들은 가평 일대를 뒤덮었던 적색(북한과 중국의 국기색)의 암운을 거두어 가평의 푸른 하늘을 지켜냈다. 또한 이들이 지켜낸 푸른 하늘 속에는 재함락의 위기에 놓였던 서울의 하늘도 있었고, 그에 따라 붉게 변색될 수도 있었던 자유민주주의도 있었다.

즉 영연방 대대가 물리친 것은 대한민국의 일부인 가평에 대한 공격이지만, 이들의 승전은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을 지켜냈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소련 등의 적화공세를 맞이해 세계평화를 공고히 함으로써 세계사적 차원의 의의를 지닌다 하겠다.

이러한 역사를 창조해낸 영연방의 영웅들이 오는 4월 24일이면 자신들의 65년 전 전적지를 다시 밟는다. 비록 우리는 브라이언 버크[영국]·제임스 스톤[캐나다]·브루스 퍼거슨[호주] 등 영연방 영웅들의 이름은 물론, 한국을 구하기 위해 파병된 숫자(93,883명)와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인원이 몇 명인지(8,152명)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연방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지켜낸 가평과 대한민국의 푸른 하늘을 영구히 보전하겠다는 우리의 메시지가 가평을 다시 찾은 영연방의 영웅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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