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들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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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들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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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경기북부보훈지청 복지과장
 

시경의 해설서인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그냥 두지 않고, 자식이 봉양코자 해도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란 말이 있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 그 은혜를 갚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단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은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 뿐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을 낳고 지켜주신 분들 또한 우리를 무한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낳고 지킨 분들이란 바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수호한 국가유공자를 가리킨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온 국민의 애국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 위에 이룩된 것’이라는「국가보훈기본법」의 기본이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에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전제되어 있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건국과 수호에 헌신하신 분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 분들에 대한 은혜갚음은 보훈의 중심으로 여겨짐이 마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68년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 분들에 대한 보훈은 미진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분들을 예우하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거나, 이 분들을 예우할 재원 혹은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의 노력으로 보상·복지·선양의 보훈체계를 구성하고 약 4조 5천억 원 여의 보훈예산을 확보했으며, 국민의 보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의 역량을 일정 수준 끌어올렸지만, 그 대가로 대한민국은 상당수의 보훈대상자들을 예우할 시간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잃어야 했다.

광복 71년이 지난 지금 독립유공자 16천여 명 중 생존 독립유공자는 극소수이며, 그마저도 2010년 5월 172명이 2016년 4월에는 74명으로 감소하는 등 생존 독립유공자의 감소 추세는 완연하다. 뿐만 아니다.

2010년 5월 약 186천명이었던 6·25참전유공자도 2016년 4월 139천명으로 줄었다. 더군다나 이 분들의 평균연령은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인 81.4세를 상회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더 이상의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고, 요행히 장수하는 분이 있더라도 10년 안팎의 시간을 유예하는 것일 뿐이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듯이 생존 독립유공자와 6·25참전유공자의 수명은 인력 밖의 일이다. 따라서 이 분들의 여생이 명예롭고 풍족하도록 전력으로 예우하는 것이, 이 분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현 세대의 의무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사·간병 서비스 지원, 요양보호, 장기요양급여 지원, 이동보훈팀 운영 여가활동 지원, 노인·의료용품 지급 등 노후복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애국지사 특별예우금 인상, 기초노령연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참전명예수당의 현실화, 고령수당의 연령별 상향 조정 등 금전적 예우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독립과 국가수호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다양한 의전상 예우와 공훈선양시설의 설치 등으로, 이 분들에 대한 국민의 감사와 부채의식을 체감하도록 하는 일은 앞선 물질적 보상을 초월하는 궁극의 보상이 될 것이다.

원수를 갚기 위해 초나라의 수도를 함락하고 초평왕(楚平王)의 시신에 채찍질을 하며 오자서(伍子胥)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을 되뇌었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것이다. 갚아야 하는 것을 은혜로 고친다면 오자서의 심정은 생의 저묾이 임박한 국가유공자들에게 그간 못 다한 예우를 해 줄 것이 많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일선에서 보훈을 직접 수행하는 공직자는 물론, 갚을 수 없는 빚을 떠안은 부채자이면서 국가유공자들의 후예이기도 한 대한민국 국민은 보훈을 행함에 오자서가 일모도원의 고사에서 보인 간절한 마음만큼은 본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가유공자들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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