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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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생각하다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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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례 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그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하는데 넓은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다[慾報深恩 昊天罔極]’고 했던가. 명심보감 효행편에 나오는 문구로 ‘부모의 깊은 은혜는 하늘 보다 높고 또 높아서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 5월은 어버이날이 포함되어 있어 부모님에 대한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새삼스레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은혜 외에도 갚을 수 없는 은혜의 대상이 하나 더 있다.
어버이의 은혜가 사적 차원의 은혜라 한다면 이 은혜는 공적 차원의 은혜이고, 5월과 대응되는 어버이의 은혜와 달리 이 은혜는 6월이라는 시기와 밀접히 관련된다.

6월과 관련된 갚을 수 없는 은혜란 흔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으로 명명되는 국가유공자에게서 비롯된 은혜를 가리킨다. 주지하다시피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기리는 현충일을 비롯해 제2차 연평해전과 6·25전쟁일이 모두 6월에 집중되어, 이 기간을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를 표하고 국민 화합·단결을 달성하는 계기로써 호국보훈의 달로 운영하고 있다.
즉 6월은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 국가의 수호 또는 안전보장,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국민의 생명 또는 재산의 보호 등으로 대별되는 국가유공자의 헌신에서 비롯된 공적 차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선양하는 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세기를 맞이해 을사늑약과 경술국치로 대표되는 반만년래 최대의 시련을 당했다. 일장기가 게양된 조선총독부 청사에 의해 조선의 상징인 경복궁이 가려졌듯이,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은 음지 위에 심어진 잔디와도 같은 운명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전역에 ‘빛을 회복해[光復]’준 분들은 1만 6천여 명의 독립유공자와, 그리고 연고가 없어 수효조차 파악할 수 없는 무명의 의사(義士)였다. 1919년과 1948년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서 알 수 있듯이 창업지조(創業之祖)로서 이 분들이 우리에게 베푼 은혜는 ‘끝없다[罔極]’는 말로도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듯 어렵게 창업된 대한민국은 그 수성의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싹튼 이념갈등은 조국의 분단을 낳았고, 1129일 간의 전쟁을 야기했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현재진행형의 위협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시련을 극복해 대한민국을 온전히 수성할 수 있었던 것은 240만 국가유공자와 195만 유엔참전용사, 1000만 제대군인, 300만 주한미군의 희생과 공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950년 8월 11일 즈음에는 마산-왜관-포항을 연결하는 180㎞ 최후 방어선 외의 전 국토를 상실했을 정도로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이했던 점을 감안하면, 6·25참전용사의 공은 ‘거의 멸망하게 된 것을 구원하여 도와준 은혜’를 의미하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이라 불러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한편 상술한 외부로부터 촉발된 위기 외에, 내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 역시 국가의 수성에 포함된다. 4·19 혁명 이래 지속된 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최고의 헌법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에 진력한 분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명실상부한 ‘국민의 나라[民國]’에서 살고 있다. 또한 우리의 주변에서 공무수행을 통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어 우리는 상술한 자유민주주의에서 파생되는 행복·자유·평등 등의 기본권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득한 하늘의 끝만큼이나 망극(罔極)해 모두 다 갚기는 어려운 것이 국가유공자의 은혜이지만, 본래 보훈에 부채의식은 당연히 전제된다.
목숨과 맞바꾼 은혜는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무한한 빚이며, 대한민국이 발전할수록 이 빚은 점점 커진다.
즉 아무리 노력해도 다 갚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은혜를 갚고자 하는 것이 보훈인 것이다.

우리가 받은 은혜가 크고 무거운 만큼 이를 항상 기억하고 선양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우리는 서해수호의 날, 4·19혁명 기념일, 순국선열의 날과 같이 특정 계기를 정해서 마음으로나마 보은을 행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즉 6월이라는 특정 계기(契機)를 정해 이 기간만큼은 진정한 관심과 엄숙한 추모 및 전방위적 선양을 통해 받은 은혜의 만분의 일이나마 갚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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