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시장의 변화와 제대군인 전직지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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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시장의 변화와 제대군인 전직지원에 대하여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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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형 경기북부제대군인지원센터 컨설턴트
 

2013년 세계적 컨설팅그룹 맥킨지의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인류의 삶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12가지 기술을 발표했다. ‘파괴적 기술’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술들은 2016년 현재 우리생활에서 이미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것들도 있다.

‘파괴적 기술’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전문기술들은 조만간 산업들 간의 경계를 무너뜨릴 것이고 전혀 새로운 조합과 결합을 통하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신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등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 환경의 변화가 직업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고, 평생직업의 개념역시 몇몇 전문분야를 제외하고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인간수명연장과 더불어 인생 삶의 주기에서 적어도 2, 3번 이상은 직업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변화하는 시대를 예측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은 이제 평생학습의 차원으로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장년 베이비부머세대들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서 은퇴와 재취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준비되지 않은 정년을 맞이하고, 생계를 위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서지만 결국 저임금의 단순노무직으로 전락하거나, 자의반타의반으로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여러 기관을 통한 전직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피부로 느낄만한 수준의 그것은 아니다. 제대군인 역시 전직지원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직업적 특수성과 사회와 격리되어 근무해야하는 환경으로 일반적인 중장년층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경력은 인정되지만 경력에 따른 보상은 기대할 수 없다.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제한적이다.

제대군인 취업지원 대상자들의 상당수가 ‘좋은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의미를 되물었을 때 확실한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직경험이 없다보니 구직노하우 또한 사회초년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취업진로를 설정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지만 입직하고자하는 분야의 채용트렌드나 근무환경, 근로조건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인자가 요구하는 자격과 경력을 쌓기보다는 본인의 의지대로 교육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군 생활동안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교육에 몰입하기도 한다.

전역이 임박하기 전까지 취업진로에 대한 숙고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몰리듯이 전역날짜를 받아 놓은 후에야 취업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다. 그나마 장기복무자의 경우 얼마간의 직업보도기간이 주어지지만 중기복무자의 경우 전역당일까지도 업무를 하다 보니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제대군인취업은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 국정과제다.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하고, 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낸다면 전역예정자들이 제2의 인생설계를 숙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극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현재의 실상을 보면, 전역을 즈음하여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접하게 된다. 본인에게 적절한 정보를 걸러내기도 쉽지 않다. 나름의 신념으로 선택을 했지만 이러저러한 교육을 받으면서 오히려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에게 적합한 해답 찾기는 요원해지고,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안전하고 정답일 확률이 높은 그것을 추구한다.

좋다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육과정을 이수하지만 막상 취업하고자 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할 곳이 없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제대군인 취업률은 58.7%로 대부분이 비정규직(62.6%)이다. 미국의 제대군인 취업률은 95%, 영국이 94%, 프랑스는 92%, 일본 자위대의 경우에도 97%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좋든 싫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제대군인의 성공적인 전직지원을 몇 회기의 교육, 지원 금액, 취업자 수 등의 정량적 평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직지원은 생애주기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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