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PF 부실채권 매각 놓고 금융당국-은행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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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PF 부실채권 매각 놓고 금융당국-은행 '기싸움'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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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우리.하나등 8개 시중은행 매각검토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1조5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 처리를 놓고 신경전 중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부실채권을 일괄 'PF정상화뱅크'에 매각하길 원하지만 은행들은 너무 싼 가격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속계산'아래 주춤거리는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산업, 농협, 외환, 기업 등 8개 시중은행의 매각 검토 대상 PF부실채권은 1조500억원. 금융당국은 하반기 국내 경기가 악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실사한 PF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을 가능하면 전량 매각할 것을 바라고 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PF정상화뱅크'는 PF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시공사에 대한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공급, 사업권 인수 등을 통해 PF사업장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추진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펀드운용자(GP) 역할을 하고, 8개 은행이 펀드투자자(LP)로 참여하는 사모펀드(PEF) 형태다. 은행권은 올해 6000억원 가량을 PF정상화뱅크에 출자할 예정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실사작업을 진행한 뒤 28일부터 가격을 놓고 은행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까지 매각 대상을 확정한 후 9월 말까지 출자와 매각 등 모든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에선 경기 전망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일부 부실채권의 매각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 매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은행, 금융당국 부실채권 매각 '압박'에 부담

PF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늘상 있다. 이른바 '망가진 사업장'에 대한 실사 가격은 낮을 수밖에 없지만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은행은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와 달리 강도 높게 부실 채권 매각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여신관리 담당자들을 불러 실사 가격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 검토 대상을 전량 매각하라고 요구했다"며 "당국이 PF정상화뱅크가 매입하기로 한 1조원을 맞추기 위해 은행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B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가능하면 모두 매각하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부실 PF를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으면 회수도 어렵고, 정리도 어려우니 빨리 매각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절차상으로 PF 부실채권 매각은 해당 은행의 감사 회계법인을 제외한 2개 회계법인이 실사를 진행한 뒤 가격을 제시하면 7~10% 범위 내에서 중간 가격을 결정한다. 이후 유암코와 은행, 회계법인이 이 가격을 놓고 논의를 거쳐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은행은 공정가격이 마뜩치 않을 경우 매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 "건설현장 유동성 지원 한시가 급하다" 입장 고수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계법인의 공정가격이 나오면 은행과 협의를 거쳐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며 "PF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둘러싼 입장차는 불가피하지만 은행들에게 일방적으로 매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유암코는 지난해 상반기 은행들과 1차 PF정상화뱅크를 만들어 19개 사업장, 1조2000억원의 PF채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2차 매입에선 32개 사업장, 1조900억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7개 사업장 5900억원에 그쳤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은 만큼 당국 입장에선 PF부실채권을 매입해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고, 건설현장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이 관계자는 "올해 실사 대상들은 지난해에 PF정상화뱅크에서 매입하려고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서 못했던 것들도 포함돼 있다"며 "지난해 6월 최초 실사를 한 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은행들이 PF사업장들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이후 부동산 경기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지역별로 안 좋아진 곳도 있다"며 "추가 대출을 지원하지 않은 채 어떻게 정상화하겠다는 지 모르겠다. 지난해에는 3곳 중에 1곳만 매입했지만 올해는 실사하면 10개 중에 7,8개까지 매입해야 할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표했다.

◇부동산 경기 더 나빠진다

부실채권 매각에 정통한 업계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보다 어느 정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PF부실채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당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예컨대 리먼 사태 이후 PF사업장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진행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하 지원을 계속했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파트 분양가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10억원이던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7억6000만원에 급매로 나가는 실정이다.

은행들도 PF부실채권을 떠안고 있어봤자 회수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업장 정상화도 요원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정이하로 떨어진 부동산 PF 채권에 대해 부실률을 감안한 충당금을 쌓아왔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PF정상화뱅크에서 실사한 가격이 쌓은 충당금보다 낮아진다면 당기 손실 수치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처리해야 하는 PF부실채권이 2조원인데 은행권이 6000억원 가량을 출자하기로 한 만큼 매입가는 3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망가진 사업장들이 늘면서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PF 등 부실채권 관리 '강화'

금융당국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지난해 말 1.5%에서 연말까지 1.3%으로 맞추도록 지시하는 등 부동산 PF부실채권을 포함한 부실채권 관리에 나섰다.

올해 6월 말 부실채권 잔액은 20조8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부동산 PF는 3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PF 부실채권 비율은 11.22%로 지난해 말(8.14%)보다 3.08%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에선 하반기에도 4조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하반기 부실채권 물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경매에 부치더라도 부실채권을 흡수할만한 시장이 충분치 않는 만큼 PF정상화뱅크를 통해 부실을 털어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9월 말까지 3차 매입을 마친 뒤 연내에 한 번 더 1조원 가량의 PF부실채권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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