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해방인가 광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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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해방인가 광복인가?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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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경기북부보훈지청 선양담당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다.

반만년의 역사에서 국권 피탈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이러한 치욕에서 벗어난 사실과, 주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8·15는 오천년의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중요성을 지닌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1949년 8·15를 당시 4대 국경일 중 하나로 제정해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날을 지칭하는 명칭은 독립, 해방, 광복 등으로 혼용되어,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중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독립은 제하더라도 8·15를 지칭하는 용어로서의 해방과 광복에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8·15를 지칭하는 용어로서의 해방을 먼저 다뤄 보겠다. 해방은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이라는 의미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끝 부분의 피동형 종결어구와 생략되어 보이지 않는 문장의 주체 및 객체이다. 위의 정의를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어 보면 ‘생략된 주어가 생략된 객체로 하여금 구속 등에서 벗어나게 하다’ 정도가 되는데, 이를 8·15 당시의 상황에 적용하면 생략된 주체는 미·영·중·소 연합군이 되고 객체는 식민 상태에 놓인 우리 민족이 된다.

실제로 1945년 8월 15일 정오 일왕 히로히토[裕仁]의 항복이 선언된 것은 표면적으로 8월 초순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원폭 때문이었고, 본질적으로는 태평양 전쟁에서 연합국 측에 졌기 때문이었다.

즉 ‘연합국(의 승전)은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억압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해방으로서의 8·15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게다가 해방의 두 번째 정의로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난 일’이 사전에 명시되어 있어, 해방은 8·15를 지칭하는 공식적인 용어인 점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을 의미하는 광복은 어떠할까. 정의 자체를 분석하자면 전체적으로 능동형인 문장의 주체는 우리 민족이고 주권회복을 위한 노력의 실시가 문장의 전제로 깔려 있다. 즉 광복으로서의 8·15는 ‘우리 민족은 (주체적·능동적 노력을 통해)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았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 민족은 강점 36년은 물론 일본의 침략이 노골화된 1895년부터 항일운동을 실시했다. 202만여 명이 참가해 23천여 명(사망 75백명)이 사상당한 3·1운동을 비롯해 ‘수백만 명이 참가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서 순국자만 15만 명 이상{김종성, 「보훈의 역사와 문화」, 초판(국학자료원, 2012), 180쪽}’일 정도로 우리 민족이 보인 항일의지와 독립을 위한 적극적 노력은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아 있다.

게다가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 14,329분(2016년 3월 1일 기준)의 희생과 공헌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것이 독립이라는 결과물임을 감안하면, 상기한 사실의 의의를 오롯이 포괄할 수 있는 광복이란 용어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해방으로서의 8·15는 연합국의 승리에 크게 영향 받은 독립이라는 점에, 광복으로서의 8·15는 우리 민족의 적극적 노력에 의해 성취된 독립이라는 점에 초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자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용어인 점, 독립 운동기부터 꾸준히 사용되어 국민들의 Consensus 얻은 온 점, 8·15가 내포하는 양면적 성격을 고루 전달해 주는 점 등에서 하나를 취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극단적 접근은 적절치 않다.

따라서 두 용어는 병기하되, 다만 공식적인 행사나, 8·15를 대표하는 지칭어를 요하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광복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8·15를 지칭하는 용어는 광복절이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에서 명시되었듯 대한민국 정체성의 원류는 3·1운동(독립운동)에서 비롯되는 점, 독립에의 주체적 노력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점,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독립유공자들이 보인 숭고한 정신은 길이 계승되어야 할 소중한 유산인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항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광복이란 용어가 가지는 무게감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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