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선물세트 같은 주가각(朱家角)
상태바
중국의 선물세트 같은 주가각(朱家角)
  • 백주희 여행전문기자
  • 승인 2012.0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나라 가옥과 이색적인 수로, 시끌벅적한 시장과 푸짐한 중국요리, 자유로움과 세련됨과 전통이 결합된 독특한 카페들. 여행의 선물세트 같은 곳

 

주가각 입구의 인포메이션센터

 

 좁다란 수로를 따라 나룻배들이 움직인다

 

주가각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나룻배

어린시절, 박스만 바라봐도 입안에 달달한 침이 고이게 했던 과자 선물세트. 좋아하는 과자들이 종류별로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은 완벽 그 자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은 더 이상 과자선물세트에 밤새 잠을 못잘 정도로 가슴 설레이지 않는 나이지만, 어린시절 향수는 이다지도 무서운 것. 과자선물세트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설레임은 여전하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곳도 그렇다. 필자가 좋아하는 여행지의 모든 것이 다글다글 모여있는 곳. 오래된 명나라 가옥과 이색적인 수로, 시끌벅적한 시장과 푸짐한 중국요리, 자유로움과 세련됨, 그리고 전통이 결합된 독특한 카페들. 여행의 선물세트 같은 곳, 주가각을 소개한다.

◆ 상하이에서 주가각에 가는 법
상하이 시내에서 주가각에 가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상하이체육관에 위치한 장거리버스정류장에서 오전에 출발했다 오후에 돌아오는 패키지 권을 끊고 주가각에 방문하는 방법과 대세계로역에 내려 주가각으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어느 방법을 이용해도 편리하게 주가각에 방문할 수 있으나, 주가각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 번째 방법이 적합하다.

대세계로역 3번 출구로 나온 후 그대로 직진, 건널목을 건너 오른편을 바라보면 장거리 버스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다. 버스에 한자로 ‘朱家角’ 이라고 적혀 있는 버스에 올라타면 된다. 버스비는 편도 12위안, 주가각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이다.

 

마이웨이 카페 입구 전경

 

 마이웨이 카페에서는 연주가들이 잼베를 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 주가각의 명소들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가진 주가각은 1700여 년 전에 촌락이 형성된 곳으로 장대한 역사를 자랑한다. 주가각의 입구에 자리한 인포메이션센터에서는 주가각 내부에 자리한 크고작은 관광지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각의 수향마을에 입장하기 위해 반드시 구매해야하는 티켓은 아니다. 옛 우체국이나 오래된 정원,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한약방 등을 특별히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냥 입장해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수향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주가각은 정겨운 옛 가옥에 울퉁불퉁 돌로 된 바닥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골목과 골목이 모여있는 마을이다.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주가각에서는 길을 잃는 것 또한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가 된다.
 

어디서 어떻게 길을 잃어도 주가각 수향마을에 들어섰다면 꼭 한번은 건너게 되는 다리가 하나 있다.
 

바로 수향마을의 가장 대표적인 명소인 방생교이다. 명나라 시대 스님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지었다는 이 다리에서 스님들이 방생을 했다는 이 다리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직접 방생을 할 수 있도록 금붕어와 자라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다. 그
 

밖에도 골목골목 기념품과 음식들을 파는 상인들, 주가각에서 잡은 생선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 주가각이 삶의 터전인 주민들의 모습 등 소란스러우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주가각의 대표 바이 쩔에서 만난 마이웨이 카페 사장님(사진 왼편)

 

 겨울철이면, 주가각의 유일한 난방기구인 화롯가에 삼삼오오 손님과 주인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 주가각의 대표 카페들
옛 가옥에 명나라역사까지, 주가각이 예쁜 수향마을이기는 하지만 ‘젊은 여행자들에게도 과연 흥미로운 곳일까?’ 걱정한다면 답은 바로 ‘Yes’ 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홍대처럼 주가각은 중국의 전국 각지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화가, 조각가, 음악가 등 혈기왕성한 젊은 예술인들이 모이는 장소이다보니 그들의 아지트가 되는 카페나 바 또한 이색적이고 즐겁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마이웨이(My Way)’. 우루무치 출신의 사장인 라오구(老鼓)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음악페스티벌에서 아프리카 북인 ‘잼베’를 연주하는 잼베 연주자이다.

카페에서 직접 잼베를 연주하기도 하고 잼베를 제작해 판매하는가하면, 잼베 강좌도 열고 있다.

라오구씨 역시 공연을 위해 주가각에 방문했다가 아름다운 주가각의 모습에 반해 정착을 한 케이스. 그 밖에도 북경 출신의 펑크밴드 보컬인 프랭크씨가 운영하는 쩔(Zher)이라는 바와 레게음악과 파티가 자주 열리는 바이킹 바, 조용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범(Bum) 카페 등 젊은 여행객들의 취향에 맞는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카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이웨이 카페 내부전경

 

 주가각의 젊은 예술가들이 직접 벽화를 그린 쩔의 내부 전경

 

 주가각의 가장 유명한 유스호스텔 차오탕 입구

◆. 주가각에서의 하룻밤
주가각은 상하이 인근의 다른 수향마을처럼 야경이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해가지면 어두컴컴할 정도로 주가각의 골목들은 일찍 잠이 든다. 그럼에도 드문드문 따뜻한 빛을 밝히며 저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있어 주가각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게 만든다. 주가각에서 수향마을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두 곳의 유스호스텔을 추천한다. 주가각에서 가장 유명한 유스호스텔인 차오탕(草堂)과 마이웨이다.

차오탕은 1층 로비에서 식당과 술집을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가족실과 2인실, 도미토리룸까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룸을 선택할 수 있다.

마이웨이의 경우 1층에는 카페를 2층에는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는 차오탕보다 작지만 2층의 테라스에 앉아 수향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사장이 직접 하나하나 인테리어한 룸이 사랑스럽다.
마이웨이에서는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니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숙박객들에게 주가각 스타일의 소박한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필자는 유난히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딱딱하기고 어렵기만하던 과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가볍게만 느껴지는 현재의 편리성에 감사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각이 본인이 꼽는 최고의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반나절 휙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생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해마다 조금씩 변화하지만, 주가각이 가진 본질은 170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그대로인 곳. 어느 계절, 어느 시기, 어느 곳을 방문해도 언제나 설레이고 언제나 반가운, 주가각은 여행의 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백주희 여행전문기자(Enjoy 필리핀 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