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 2일 북한군 병사 귀순과 관련해 계속해서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해당부대가 북한 병사의 신병 확보 경위를 정정해 상부에 보고했지만 이번에는 합참 상황실에서 이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귀순 병사 한명에 우리 군의 동부전선 경계망이 뚫린 것도 모자라 일선부대 허위보고에 이어 합참 상황실의 보고 누락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셈이다.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밤 북한군 병사를 폐쇄회로(CC)TV로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는 최초 보고는 부소초장(부사관)이 추정해서 대대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사건 당시 순찰 도중 소초로 돌아온 부소초장이 대대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CCTV로 신병을 확보했다고 추정 보고 했다. 이를 대대장이 소초 상황실에서 사단장에게 보고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이후 소초원들을 대상으로 신병 확보 경위를 파악하던 중 CCTV가 아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북한 병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최초 보고를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라고 정정했다.
1군사령부 상황장교는 사건 이튿날인 3일 오후 5시7분께 합참 상황실에 최초 보고 정정과 관련한 자료를 보내고 이를 열람할 것을 유선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당시 합참 상황장교(영관급)는 북한군 귀순자의 신병이 당일 오전 10시 중앙합동심문조로 넘겨져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새로 보낸 자료를 열람하지 않은 채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8일 열린 합참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귀순 병사가 소초안에서 발견됐다는 뉴시스 보도(8일 '북한병사 지난주 동부전선으로도 넘어왔다' 보도) 이후 합참 작전본부는 지휘상황계통으로 확인지시를 했다.
합참작전본부는 10일 오전 6시30분 현장 합참전비태세검열단에 최종적으로 확인할 것을 지시했고, 전비태세검열단은 당일 오전 9시30분 "CCTV로 확인했다는 최초 보고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는 내용으로 정정됐다"고 알려왔다.
일선부대와 합참 지휘계통이 보고체계에 혼선을 빚을 동안 합참의 수장이자 군 최고 수뇌부인 정승조 의장은 사건 일주일이 넘도록 관련 사실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다.
또 북한군 병사가 귀순할 당시 소초에 설치된 CCTV 녹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평소 소초원들이 탄약을 지급하고 반납하는 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소초 입구에 설치된 CCTV가 북한 병사의 신병을 확보한 2일 오후 11시19분 전후로 총 5시간여 동안 녹화가 안됐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2일 오후 7시30분부터 3일 오전 1시 사이 소초 출입문에 설치된 소형 CCTV가 작동은 했으나 기술적인 오류 때문에 녹화되지 않았다"면서 "이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적이 자주 있었다"고 해명했다.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시간은 북한군 병사가 북측 철조망을 통과해 우리 측 철책을 타고 넘어 소초까지 이동한 시간과 이후 해당 병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대와 맞물린다.
하지만 군은 CCTV 녹화 내용을 고의로 삭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확인 결과 고의로 삭제한 흔적이 없으며 녹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