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까 내일 할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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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까 내일 할까 생각중입니다
  • 동두천.연천신문
  • 승인 201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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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사회복지사

정석원 사회복지사
2012년 대선을 전후해서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정치권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내놓은 선거공약 덕분이다. 하지만 재원 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섰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정부 집권 이후 기초노령연금만 하더라도 사실상 공약(空約)이 되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란 오해와 어르신들의 박탈감만 더 키운 셈이다.

지난해 연말 복지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점을 반영,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선정기준을 대폭 개선한다고 발표하였다. 정부안대로라면 2014년 하반기 시행 예정인 기초연금법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어르신들에게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다. 지자체 예산의 30% 이상을 복지예산으로 지출하지만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가장 큰 원인으로 상대적 결핍과 부정수급과 같은 도덕적 해이를 꼽고 있다.

기초연금법은 앞으로 고급주택이나 고가의 회원권을 가진 이른바 ‘부자노인’을 제외하여 사회적 도덕적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게 정부입장이다. 늦었지만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반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불만이다. 보험료를 오래 낼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드는 방식은 소득재분배란 순기능을 감안하더라도 개별적 공평성이 문제가 된다. 아랫돌 뽑아 위돌 괴는 식이다.

새로 개정되는 정부안이 확정 시행되더라도 여전히 노인 빈곤율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발표도 나왔다. 우리사회 구석구석 어디에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새해다.

시대가 변했다. 복지전달 체계는 기존의 저소득 취약계층 중심에서 보편적 복지 확대 욕구가 뚜렷하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급속한 사회적 변화는 복지 분야에도 보다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비스 대상자에게 집중하는 동안에 미처 살피지 못한 게 있다. 바로 읍면동 복지직 종사자들이다. 육체적 정신적 고됨을 호소하는 등 가슴앓이가 크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사회복지는 휴먼서비스다. 좋은 서비스는 물적 재화의 확대보다도 대상자의 마음을 함께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전달체계란 그릇이 맑고 건강해야 최적의 복지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외국에 비해 짧은 시간에 양적, 질적 복지욕구가 확대되었다. 2013년 기준으로 복지관련 업무가 17개 부처 292여개 달하고 이중 170개(58.8%) 사업이 지자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여전히 정부 부처마다 복지전달체계가 다르다. 매번 중복이나 효율성 등의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만 해도 무려 19,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읍면동 직원이 복지서비스의 절반 이상을 안고 있는 현실이다. 모두가 잠재적 소진증후군(burn out syndrome) 대상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연초 자살한 한 복지공무원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장애인 복지, 장애연금 등 무려 8가지가 넘는 업무를 도맡았다고 한다. 잦은 인사이동과 과중한 업무에 질적 서비스는 멀기만 하다. 부처 간 칸막이 해소도 아득히 멀어 보인다. 인원충원이나 근무여건 개선도 미미하다.

사기진작 한답시고 회식 한 두 번 하는 정도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얼마나 안일하게 대처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손대중만으로 온전한 그릇이 나오기 힘들다. 오히려 피로감만 더해줄 뿐이다.

조속히 감정노동자 수준의 심리 정서적 지지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한 마음을 담아 낼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데, 전문가 컨설팅 외에도 동료 수퍼비전(peer supervision)과 같은 ‘서로 보듬’ 체계 구성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할까 내일 할까 생각중입니다” 공직생활 십 수 년이 훨씬 넘은 어느 지방 공무원 이야기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가시랭이를 안고 사는 그들도 안녕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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